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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의 첫 심부름)의 작가 하야시 아키코 1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을 중심으로

〈이슬이의 첫 심부름)의 작가 하야시 아키코 1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을 중심으로

하야시 아키코 그림. 쓰쓰이 요리코 글.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하야시 아키코와 쓰쓰이 요리코는 환상의 콤비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 두 작가가 짝을 맞춘 〈이슬이의 첫 심부름〉, 〈순이와 어린 동생〉,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온다.
글을 쓴 쓰쓰이 요리코의 마음속에 하야시 아키코가 들어갔다 나오기라도한 듯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린다.  
쓰쓰이 요리코의 글은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잡아냈고, 하야시 아키코는 아이들을 친근하고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 냈다.
만약 누가 유치부 여자 아이를 위한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위 세 권을 추천하겠다.
 지금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내 딸이 이 두 콤비가 만들어 낸 그림책의  광팬이 되면서 우리 가족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어린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어느 날 저녁엔 순이만큼 어린 딸이 아빠를 위해 책을 읽어주겠다는 것이다. 아직 글자를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는 양을 가만 지켜보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틀리지 않고 읽어내는 거였다.
특히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 부분에서 동생 영이가 맹장으로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순이만 혼자 남게 되는데, 천둥 번개가 치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외치는 장면을 얼마나 실감나게 읽어대는지 진짜 글을 알고 읽는 줄 알았다. 몇 번이고 읽어줘도 또 가져와 읽어달다고 하더니 외워버린 거였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편지 한 장을 내밀면서 읽어보라는 거다. 하얀 종이 위에는 한 번도 가르쳐준 적이 없는 문자들이 기어가고 있었다. 마치 아랍 문자 같아서 나로서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는데 아이가 해독을 해주어 뜻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이가 쓴 글자는 위대하신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한글이 아니었지만 저 혼자 책 속의 글자를 흉내내어 쓴 글자 아닌 글자를 보면서 이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시기가 왔음을 알게 되었다.  
연필을 쥐고 글자 연습을 하기에는 악력이 약해 힘들어할 어린 딸을 위해 우리 부부가 생각해 낸 것은 한글 테이프였다. '하나 둘 셋 한글 공부'였던가 하는 테이프를 청계천에서 구입해 틀어주었다.
그 당시 인기 가수였던 유 열씨가 노래를 불러가며 가 나 다 라를 가르쳐 주었는데 얼마 안 지나 진짜로 한글을 떼게 되었다.
이 때 처음으로 책 읽어주기가 어린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것은 글자를 일찍 깨우쳐주기 위해서나 지식을 심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서 아이가 문자에 어떻게 접근해 가는지 비밀을 엿본듯하여 즐거웠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부모가 앞장서서 한글 공부를 시키는 것보다는 아이 스스로  글자에 호기심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아이와 교감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책읽기는 뜻하지 않은 수확을 안겨주었고, 그 이후로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잘 지내게 되었다.
이는 그림책을 통해 나눈 대화가 부모 자식간에 존재할 수 있는 장벽을 제거해주었을 뿐 아니라 학교나 사회 생활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 중에서도 쓰쓰이 요리코와 하야시 아키코, 이 두 작가의 영향이 컸던것 같다.
이 두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는 대개 유아가 세상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만나게 되는 두려움을 용기 있게 극복해냄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딸애가 다섯 살 때 맹장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고 작은 꼬맹이가 간호사한테 "배를 째야하나요? "하고 묻는 거였다. 어이가 없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또 다시 "제 배를 째야하나요?" 하고 묻는 거였다. 간호사는 이 애가 왜 이러냐는 듯 쳐다봤지만, 나는 왜 이런 질문을 다섯 살 아이가 던지는지 알고 있었다.
이 말은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에 나오기 때문이다. 순이한테는 좋아하는 납작코 아가씨 인형이 있다. 이 인형을 동생 영희가 탐낸다. 그런데 영희가 맹장 수술을 받게 된다.  그때 순이가 병원으로 가는 엄마한테 한 말이다. " 수술이라면 배를 째야 하나요?"
엄마가 영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버리자 순이 혼자 남게 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친다.
 순이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납작코 아가씨를 껴안은 채 마음속으로 외친다.
'납작코 아가씨, 납작코 아가씨. 무섭지 않지, 그치?
자, 나를 꼭 잡아요.
순이는 괜찮으니까,'
갑자기 눈 앞이 환해져서 눈을 떠보니까 아빠가 와 있다.  순이는 다음 날, 아빠와 함께 영이한테 문병을 가는데 선물을 준비한다. 종이로 학과 개구리와 장미꽃을 접고 편지도 쓴다. 선물 꾸러미도 마련한다.
영이는 순이가 만들어 준 선물꾸러미를 뜯기 시작한다. 거기 납작코 아가씨 인형이 들어 있다 .
"언니, 나한테 정말 주는 거야 ?"
순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인다.
순이가 가장 아끼는 인형을 선뜻 동생 영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필요없어서가 아니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 납작코 인형 아가씨를 껴안고 무서운 순간을 견디면서 순이는 납작코 아가씨를 떠나 보내도 될 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런 순이를 보면서 힘껏 껴안아 준다.
" 우리 순이가 단 하룻밤 만에 많이 자랐구나."
인형이나 손수건 담요 등은 유아들에게 위로가 되는 물건이다.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때 그것들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더럽거나 낡았다고 해서 버리면 안된다.
 내 딸애는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 〉을 통해 인간이 의사 소통을 하는 데 음성 언어뿐 아니라 문자 언어도 있음을 알았고, 그 자신만의 문자를 창제해서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서 즐거움을 주었고, "배를 째야 하나요?"라는 말을 두 번씩이나 던져 간호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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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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