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글: 유진 트리비자스
그림 : 헬린 옥슨버리
옮김 : 김경미
출판사 : 시공주니어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의 패러디 그림책이다. '아기 돼지 삼형제'와 달리 이 작품에서는 아기 늑대들이 돼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이다.
이 책은 고정관념(선입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앞표지와 뒷표지를 함께 펼치면 아기 늑대들이 돼지를 애써 외면한 채 자기들끼리만 간식을 먹고 있다. 엄마 늑대가 크고 못된 돼지를 조심하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아기 늑대들이 돼지에게 간식을 나누어 주었을 터이다. 그랬다면 불행도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이 투고 되었을 때, 아기 돼지는 착하고 늑대는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출판사들이 거절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출간이 되자, “빼어난 재주꾼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 원전의 느낌을 살리면서 그에 버금가는 재미와 생각할 바를 주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어린이책에서 고정관념의 폐해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귀여운 아기 늑대 세 마리가 세상에 나갈 시간이 되었다. 엄마 돼지는 나가서 살 집을 지으라고 한다.
아기 늑대들은 처음에는 벽돌을 얻어 벽돌집을 짓는다. 그런데 크고 못된 돼지가 나타나 훅 불어 집을 날려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입김으로 안 되자 쇠망치를 가져와 집을 부숴버린다. 겨우 빠져나온 아기 늑대들은 이번에는 콘크리트로 집을 짓는다. 못된 돼지는 구멍 뚫는 기계를 가져와 부숴버린다. 이번에는 철사와 철근과 강철판으로 정말 튼튼하고 안전한 집을 짓는다. 그렇다고 가만 있는다면 괜히 크고 못된 돼지라고 부르겠는가. 돼지는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집을 날려버린다.
전쟁의 역사가 과학의 역사라고 말하는 학자가 있다. 씁쓸하지만 그런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돼지가 집을 부술 때마다 아기 늑대들은 더 견고하고 튼튼한 집을 지어 대비한다. 하지만 더 견고하게 지을수록 집은 더 삭막하고, 돼지가 집을 부술 때 쓰는 도구는 더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작가가 이런 측면을 강조했다면 이 작품은 형편없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아기 늑대들은 집 짓는 재료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꽃으로 집을 짓는다. 꽃으로 지은 집을 보고 돼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번에도 역시 집을 날려버리기 위해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신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향기를 듬뿍 들이마신 돼지는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이 이제껏 얼마나 못된짓을 했는지 깨닫는다.
이제 결말을 말하지 않아도 못된 돼지와 아기 늑대들의 관계가 어떻게 개선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 인간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힘과 힘이 대립하면 불행한 종말을 맞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