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의 작가, 패트리샤 폴라코 3
- 〈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 을 중심으로 -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천미나 옮김 / 책과 콩나무
트리샤가 난독증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를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던 폴커 선생님이 여기서는 도노반 선생님으로 대체된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에서의 폴커 선생님은 키가 크고 멋진 선생님으로 소개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도노반 선생님은 헤어스타일이나 옷 차림새가 다소 자유분방하다. 공통점은 두 분 다 전근오신 선생님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두 인물이 동일인이라고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헌사에 바쳐진 진짜 선생님, 조지 펠커의 분신들 !
그렇다면 왜 패트리샤 폴라코는 동일 인물을 이렇게 상반된 외모로 묘사했을까? 그건 사람을 보는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일것이다. 가치관이 바뀌는 데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게는 패트리샤 폴라코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뭐라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 나온 뒤 십여 년이 지난 뒤 〈 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 이 나온 걸로 봐서 세월 속에서 얻은 지혜가 아닐까 싶다. 멋진 왕자, 폴커 선생님을 버리고, 수더분하고 유머러스한 도노반 선생님을 선택한 것은!
그런데 여기서의 주연은 폴커 선생님도 도노반 선생님도 아닌, 미술을 가르치는 중국인 추 선생님이다.
푸른 눈동자에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낭랑하고, 하루 종일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도노반 선생님이 전근을 오면서 트리샤의 학교 생활은 즐거워진다.
그런데 사회 시험을 보고 난 뒤, 빵점을 맞은 트리샤가 다 아는 문제임에도 틀린 것을 보고 도노반 선생님은 트리샤에게 시험 시간을 충분히 준다. 그러자 성적이 쑥쏙 올라간다.
그리던 어느 날, 도노반 선생님이 트리샤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음을 알아본다. 그래서 한 미술 선생님을 소개해 주는데, 그 분이 트리샤의 운명을 또 한번 바꿔줄 추 선생님이다 .
도노반(폴커) 선생님이 트리샤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어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주셨다면. 추 선생님은 트리샤의 내면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재능을 키워줘서 오늘의 세계적 그림책 작가 패트리샤 폴라코를 만들어낸 분이다.
트리샤는 추 선생님께 그림을 배우게 되면서 어딜 가나 스케치북을 챙겨 다니면서 그림을 그린다. 어느날 트리 샤가 그려온 그림을 보고 음성적 공간을 잘 활용한 게 마음에 듣다고 말한다.
음성적 공간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트리샤에게 한 그림을 보여주며 뭐가 보이느냐고 물어본다. 트리샤가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요."하고 말하니까. 그건 누구나 아는거라며, 이번에는 두 얼굴 말고, 그 사이에 뭐가 있는지 보라고 한다. 트리샤는 아무것도 없는 듯한 그 공간에서, 목이 구불구불한 키 큰 컵을 찾아낸다.
"맨 처음에 네가 본 게 바로 음성적 공간이야. 빈 공간이나 배경을 먼저 봤다는 말이란다. 그리고 지금은 실제 물체를 읽어 낸 거고,"
추 선생님의 이 말은 트리샤가 왜 5학년이 되도록 글을 깨우치지 못해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는지, 그 문제를 풀 단서이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에서 폴커 선생님이 " 트리샤, 넌 이걸 모르고 있구나. 너는 숫자나 글자를 다른 사람하고는 다르게 보고 있어. 너는 이 때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그 많고 많은 좋은 선생님을 놀렸구나 !"라고한 말과 다르지 않은 표현이다.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도노반 선생님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선생님이 아일랜드로 떠난 사이 스펄딩 선생님이 임시 선생님으로 오게 된다. 스펄딩 선생님은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웃지 않는 선생님, 스펄딩은 도너반 선생님이 시험 시간이면 트리샤에게 허용한 그 시간을 용납하지 않는다. 시험을 망친 트리샤에게 미술 수업을 받으러 갈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시험 공부를 더 하라고. 자신이 그렇게 해 줄거라고, 어디 못할 줄 아느냐고 말한다.
그리고 도시의 모든 학교가 동시에 보는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주어진 시간은 45분. 시험 결과로 이듬해 어떤 수업을 듣게 될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에 트리샤는 시험을 망치게 된다. 더 이상 미술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 처지에 몰린 트리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추 선생님은 트리샤를 구제하기 위해 읽기 전문가 선생님인 맥클레어 박사님을 소개해 준다. 맥클레어 박사는 트리샤가 낱말이 아닌 무늬를 읽고 있다고 말한다.
추 선생님의 요청으로 '모든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스펄딩 선생님은 방과 후에 미술 수업을 듣는 것은 심심 풀이일뿐이라고 주장한다.
추 선생님과 맥클레어 박사가 트리샤는 다른 학생과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시험을 볼 때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스펄딩 선생님은 코웃음을 친다.
마치 미술 선생님 주제에 애들이 어떻게 배우는지 뭘 안다고 나서느냐는 표정으로, 미술 선생님은 진짜 선생님이 아니라고, 아니, 미술은 진짜 수업이 아니라고 여기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스펄딩 선생님 같은 사람이 많다. 아니 너무 많다. 수학이나 영어가 중요하다고 해서 음악이나 미술 등을 경시한다면 이 나라에 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다행히 도노반 선생님이 돌아오고 모든 문제는 순조롭게 풀린다.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된 트리샤는 전시회에 낼 그림으로 도노반 선생님의 사진 속의 아버지를 그린다. 선생님의 아버지를 그린 그림 앞에서 도노반 선생님은 트리샤의 손을 꼭 쥐어준다. 그 때 트리사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뒷날, 트리샤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