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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글.그림 : 김영진
출판사 : 책읽는 곰

 어린이집에서 책놀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한 아이가 내 옷을 꼭 붙들고 다음에는 꼭 공룡책을 가져오라고 부탁한다. 이맘때 애들은 공룡에 꽂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가 지금 그런 것 같았다.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멸종되어 더는 볼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신비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또래 아이들 중에는 공룡 전문가들이 참 많다. 공룡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듣도 보도 못한 공룡들 이름이 튀어나온다. 티라노사우루스에서부터 시작해서 바로사우루스, 데니노니쿠스, 미크로파키케팔로사우루스까지 주저리주저리 삼켜대는 통에 이 나이에 무슨 복인지 공룡 공부를 하게 된다.
  약속을 했기에 시간을 내서 서점으로 향했다. 가능한 새로 나온 책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신간 코너로 곧장 갔다. 진열대에 놓인 그림책 중에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있었다. 한 남자가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쫓기고 있는 표지 그림이었다. 
 양복에 넥타이 그리고 가방을 둘러멘 것이 회사원인 모양이다. 곱슬머리에 안경을 걸친 땅딸막한 이 남자. 제목에 아빠라는 말이 들어간 걸로 봐서 한 가정의 가장이리라. 그런데 아빠는  왜 공룡에게 쫓기고 있는 걸까? 
 아빠는 오늘은 꼭 일찍 들어오겠다고 두 딸과 약속을 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부터 열심히 일을 한다. 퇴근 전까지 일을 끝내려고 점심도 샌드위치로 대신하고 소머즈(전부 5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TV 시리즈. 국내엔 <소머즈>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6백만 달러의 사나이>의 자매편에 해당하며, 제이미 소머즈라는 여자 바이오닉 인간의 활약이 주내용이다.)의 능력으로 마무리를 하려는 찰나, 1분을 남겨두고 사자가 들이닥친다.
 세상살이가 맘과 같이 움직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자의 출현으로부터 일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겨우 사자를 따돌리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우르르 진을 치고 있던 코끼리들이 올라타자 버스는 금방 만원버스가 된다. 다음 차를 기다리는데, 직장 신입 사원인 돼지가 다가와 회사 일이 힘들다고 엉엉 울어대는 바람에 달래느라 또 시간을 허비하고 만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는 사고로 트럭에서 쏟아진 오렌지를 주워 담고 있는 수달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거들어주느라 또 지체되고 만다. 다시 버스를 타고 잠시 졸았을 뿐인데 이번에는 사람 한 명 없는 차고지에 덜렁 혼자 남아 있는 것을 알고는 급히 한 달에 딱 한 번 쓸 수 있는 능력으로 키트(80년대 말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전격제트작전에서 키트 빨리와 라고 부르면 달려오던 인공지능 슈퍼카 )를 불러낸다.
 키트를 타고 하늘을 날아 곧장 집으로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아빠만이 아닐 터. 아빠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게에 들렀는데, 130살이나 먹어 귀가 어두운 거북이 주인을 만나 시간을 허비하고 만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의 꼬리를 밟으면서 쫓기느라 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만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꼭 일찍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하고서도 직장 일로 늦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대 가장들의 삶을 동물들을 등장시켜 재미있게 표현했다.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 하고 따지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정말 일찍 오려고 했거든. 그런데 막 퇴근하려는데 사자가 나타난 거야. 겨우겨우 따돌렸는데 이번에는 누가 나타났는지 아니? 티라노사우루스가 나타난 거야."하고 너스레를 떠는 가장의 변명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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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9-02-19

조회수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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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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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을 주문한 친구가 정말 멋집니다! 저런 친구의 부탁은 꼭 들어주고 싶지요.
이 책 읽고나면 아이들이 아빠의 퇴근길에 마중을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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