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바빠빠》
아네트 티종 글,
탈루스 테일러 그림,
이용분 옮김,
시공사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 밴드 회원 중에는 책 읽어주기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이 가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면 좋을 지 부탁하는 경우가 있어 오늘은 그런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내가 전에 한동안 책을 읽어주었던 어린이집에 갔더니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와아 ! 하고 함성을 지르며 바바빠빠 바바빠빠!를 외쳐대며 나를 빙 둘러쌌다.
그 순간 내가 마치 아이돌 스타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게 다 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줘서 누리게 되는 호사다.
내가 아이들 사이에 바바빠빠로 통하게 된 것은 그림책 《 바바빠빠 》(아네트 티종, 탈루스 테일러 그림/ 글 이용분 옮김 시공사 )덕이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읽어주는 그림책은 《 바바빠빠》인데, 이 책을 읽어주고 다음에 가면 아이들은 바바빠빠! 바바빠빠! 하고 몰려들어 나를 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해준다.
어떤 녀석들은 정수리가 빈 내 머리를 만지면서 "바바빠빠, 여기는 왜 머리가 빠졌어 ? " "바바빠빠, 오늘은 무슨 책 읽어 줄거야?"하고 살갑게 대한다.
그림책은 이렇게 어른과 아이 사이도 친구가 될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날은 내가 훌쩍 어린 날로 날아가 족히 50년은 젊어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건지 국민학교(초등학교) 동창들 뿐 아니라 처음 나를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나이보다 십 년은 젊게 보아주는 축들이 꽤 있다. 이것도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얻은 소득이리라.
그림책을 다수의 아이들에게 처음 읽어 줄 때는 책 선택을 잘 해야한다.
첫째, 대상 연령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둘째, 줄거리가 단순하면서도 의미전달이 잘
되어야 한다.
셋째, 재미있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거나
긴장감이 있는 책이어야 한다.
다 거론할 수는 없지만 위의 세 가지 정도에 부합한다면 그날의 책 읽어주기는 어느 정도 성공이라고 보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말투나 몸짓에서 과장된 제스추어는 책의 재미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걸 알아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잘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것이 좋다.
이 점은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 드라마는 수 십년 전에 과장된 어투와 몸짓을 버렸는데 일본 드라마는 아직도 연극 대사를 읽듯 호들갑스런 면이 보여 어색함이 드러난다.
바바빠빠는 프랑수아네 꽃밭에서 태어났다. 바바빠빠가 태어나던 날, 프랑수아는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첫눈에 둘은 친구가 되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런데 바바빠빠의 몸집이 너무 커서 프랑수아네 집에서 같이 살 수 없게 된다.이 부분은 영웅의 탄생 신화와 닮아있다.
영웅은 그가 가진 특출함 때문에 집을 나가 역경을 헤치고 금의환향 하게 되는데 과연 바바빠빠도 그런지 책장을 넘겨보자.
바바빠빠는 동물원으로 가게 되어 불행하게도 갇혀 지내게 된다. 그런데 바바빠빠는 제 몸의 형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철망 사이로 쑥 빠져나와 자유로워진다.
바바빠빠는 친구가 될 동물들을 찾아간다. 바다코끼리를 만나 바다코끼리의 모습으로 변해보지만 바다코끼리는 바바빠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홍학은 바바빠빠가 그다지 멋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낙타는 혼자 있고 싶어한다. 우리에 갇혀 있기를 거부하는 바바빠빠는 결국 동물원에서도 쫓겨난다. 집을 나온 영웅의 역경은 계속 된다.
대도시로 나온 바바빠빠는 자동차들 틈바구니에서 어쩔줄 몰라 난감해하고, 어디에도 바바빠빠를 반겨주는 곳은 없다. 너무 슬프고 외로워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한 건물에 불이 난다.
바바빠빠가 자기 몸을 계단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구출한다. 이때부터 바바빠빠는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동물원에서 도망쳐나온 표범을 그물을 만들어 시민들을 지켜준다. 사람들은 마침내 바바빠빠를 영웅처럼 환영해준다.
모든 영웅이 그렇듯이 바바빠빠도 자신이 태어난 프랑수아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이젠 프랑수아의 엄마 아빠도 영웅의 귀환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돌아온 영웅은 아이들을 위해 낙타가 되어주기도 하고 배가 되어주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이 책은 참 단순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몇 번이고 더 읽어달라고 졸라댄다.
다음에 소개할 읽어주기 좋은 그림책은 《왜요?》린제이 캠프 글 토니 로스 그림 바리 옮김 베틀 북입니다. 기대해주세요. ^^